모군의 성장을 보며 느낀 점


민법을 보고 있노라니, 작년의 민법 공부가 약간 헛바퀴질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이번에는 잘 쌓아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민법교안을 보았더니 큰 그림을 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지. (1차와 2차의 문제유형 간격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에 일말의 공포감이 엄습한다.) 아읏, 제발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 - ㅅ-

문득 내 옆에 있던 이가 꽤나 성장했음을, 모르고 있다가 덜컥 깨닫는 순간이 있다. 오늘 그런 기분을 느꼈다. 그가 이렇게 유려하게 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하면서 기억을 거슬러올라가 보니, 그는 대학 입학 당시에 話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받을 정도로 말을 듬성듬성하게 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그는 표현을 예의바르게 잘 다듬어서 사용하고 있다. 예의에 대한 의식이 섬세하게 발달되어 있는 친구이긴 했지만 요즘 그를 관찰하니 예전에 비해 훨씬 decorum에 능숙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여준다. 살짝, 나는 그동안 얼마나 자랐는가를 생각하게 되면서 조금 기분이 가라앉았다. '양철북'이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오스카라는 꼬마가 키 크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키가 자라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서른이 넘어서야 그는 다시 키가 컸으면- 하는데, 그때에서야 아주 천천히 키가 조금씩 큰다. 이건 뭐 현대 독일에 대한 비유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이 왠지 스무 살 넘어서는 정신의 성장은 마음먹고 노력하는 만큼만 이루어진다는 경고처럼 느껴졌었다. 피터팬 컴플렉스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아야 하거늘, 또 네버네버랜드란 얼마나 유혹적인가 (특히나 사회에 부딪힐 준비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는 고시준비생에게). 어쨌거나 그는 대학생활 몇 년동안 끊임없이 성장했구나, 하고 탄복했다.

흔히들 고시공부를 하면 손 놓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인격을 다듬는 것까지 한 켠으로 치워놓는 사람도 있다.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 잘하는 것으로 여타의 흠결을 상쇄시키는 것이 용인되는 문화가 있었을 테니까. 그렇지만 요새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고시공부란 게, 사회와 격리될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균형을 잡는 버릇을 들여야 할 것 같다.

by Josée | 2008/07/03 23:20 | living room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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