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_ 커피와 담배 (Coffee & Cigarettes, Jim Jarmusch)


나는 한때, 전세계에 새끼손톱만을 기르는 사람들의 비밀결사가 존재하는 게 아닐까 의심하곤 했다. 마치 이반(동성애자)들이 오른쪽 귀에 귀를 뚫는다는 얘기가 있듯이 (확인 안해봐서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긴 새끼손톱을 가진 그들의 국적과 지위는 다양했다- 한국인 대학생, 중국인 교수, 그리고 미국의 무직자 등등. 그들의 공통점은 오로지 하나, 오로지 새끼손톱만을 길게 기른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모인다면 얼마나 재미있는 풍경일까.

마찬가지로, 점심을 커피와 담배로 때우는 (혹은 그럴 수 있을 정도로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도 전세계에 흩뿌려져 있다. (그들도 한 비밀조직의 일원이 아닐까?) 이 영화는 그들의 모습을 한데 모아본 것과 같다. 이들의 공통점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커피와 담배, 그리고 흑백 체스 무늬 외에는. 이 세 가지가 얼마나 다양한 삶의 배경이 될 수 있는지를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다양한 담배와 여러 가지 커피,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사진 by Menno Alberts)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이 영화의 시각이었다. 아름다운 스틸컷이 많이 나오겠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삶을 낭만화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렇다. 삶은 낭만과 비루함으로 딱딱하게 갈라지지 않는다. 그저 평범할 따름이다. 평범함은 지루함과는 또 다르다. 영화의 인물들은 때로는 커피와 담배의 백해무익성에 대한 설교를 들어야 한다. 때로는 스스로 의식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슬금슬금,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 있는 블랙 코미디를 설탕처럼 뿌려넣은 영화다.

할아버지가 덜컥 화 내면서, "I ain't no fuckin' quitter!" 했던 게 귀엽고 웃겼다.
(중의적으로, "난 안 끊어"/"난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야")
밑의 영상이 그 부분. 말도 안 하면서 용돈 많이 안 준다고 안 안아주는 손자도 완전 ㅎㅎㅎ >_<



커피와 담배를 미화시키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두가지가 조금 땡겼다. 담배는 아직 피워본 적도 없으면서. 커피는-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걸 마셔보고 싶다.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있는, 연하고 매끈한 그런 라떼나 프라푸치노 같은 것 말고, 영화에 나오는 시커멓고 탁하면서 진한, 그런 커피. 그들이 커피를 '차'라 부르고, '샴페인'이라 부르는 것도 재미있었고, 커피를 마시는 각양각색의 모습도 왠지 보고 있기 즐거웠다.




이것도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 커피와 담배를 조용히 즐기고자 하는 여자의 모습. 그리고 아방한 웨이터.


커피와 담배는 묘하게 불면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밤은 잠이 잘 와야 할 텐데...

by Josée | 2008/04/20 23:28 | review room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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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조영환 at 2008/06/08 00:13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압권은 블랙 커메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cate blanchett 의 일인이역-외면적으론 양극단이지만 또 맡물리는 부분이 있는 두 여자 역할- 이라고 생각함. 흑인들 나오는 부분도 있었지? 다들 블랙뮤직 인더스트리에서 꽤나 유명세 날리는 사람들임
Commented by Josée at 2008/06/08 10:48
옹 나도 그거 좋아했어- 케이트 블란쳇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 사람인지 처음 알게 됨

그리고 Iggy Pop인가? 하여튼 그 흑인분들도 완전 재치있으심,, 약간 아쉬웠어 그 사람들 진작에 알고 봤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말이지. 너 만나면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넌 알 것 같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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