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픽션들_보르헤스_기억의천재푸네스


"정신이 들었을 때 그에게 현재는 거의 견디기가 힘들 정도로 너무 풍요롭고, 너무 예민하게 변해 버렸다. 게다가 그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사소한 일들까지도 기억이 났다."

어렸을 시절에 보르헤스는 나에게 도달할 수 없는 독서가의 순수한 경지를 몸소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눈이 멀 때까지 책을 읽는 인간. 최근에 와서야 그게 유전적 안과 질환으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홍루몽'을 읽어본 유일한 사람이며 (나는 읽어보려다가 중국어의 장벽을 느끼고 포기했었다), 자신의 사고의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소설에 담아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나는 푸네스가 어쩌면, 보르헤스의 어린 시절을 반영하는 인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친구보다는 책을 탐독하고, 집 안에 얌전히 앉아 사물을 바라보는 푸네스의 기질이, 12살에 영어로 된 셰익스피어를 읽었다는 소년 보르헤스와 중첩된다. 왠지 그의 소통의 창은 주로 글이었을 것이라는 느낌을,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받는다. 책으로 파고들며 문장에 탐닉하는 아이.

어찌되었든, 이 소설은 기억과 수면, 사고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이다. 약간의 망각이 얼마나 축복인지, 우리를 끝없는 예민함과 피곤함으로부터 구원해주는지를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우리는 기억력이 좋은 인간을 참 부러워하게 되는 것이다. 기억력과 사고력은 별개라는 보르헤스의 생각.

"그는 잠을 자기가 힘들었다. 잠을 잔다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마음을 거두어들여 버리는 것과 같다. 간이침대에 등을 누인 채 어둠 속에서 푸네스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정밀하기 그지없는 집들의 틈새와 골격 하나하나를 새겨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사고(思考)를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곤 했다. 사고를 한다는 것은 차이점을 잊는 것이며, 또한 일반화를 시키고 개념화를 시키는 것이다."

예전에 <픽션들>을 읽었을 때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이 '기억의 천재 푸네스'였지만, 이걸 독후감으로 쓰지는 않을래.

by Josée | 2008/05/01 20:12 | reading room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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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朴子 at 2008/05/05 13:45
너무 어렵고 난해했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난 후 다시 읽어야 하는걸까요?
Commented by Josée at 2008/05/11 23:12
전 4년 후에 다시 읽었는데... 이건 어쩌면 시간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 약간 좌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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