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 박경리 작가의 마지막 시 <옛날의 그 집>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지난 4월 현대문학에 발표하신 시 <옛날의 그 집> 전문)
  
-----------------------------------------------------------------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당신의 서희와, 주갑이 아재를 저는 참 좋아합니다. 유인실과 오사다 지로도요.
독후감을 몇 번 써보려고도 해봤지만, 안 되더군요. 그 소설은 이미 하나의 오롯한 세계여서, 함부로 들락날락할 수가 없었어요.
홀가분하게 가셨다 하니, 평안함을 빌 뿐입니다. 저는 책이나 더 읽을까 합니다.

by Josée | 2008/05/06 18:38 | reading room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amorphous.egloos.com/tb/167806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