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e라는 이름은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의 여주인공의 이름이라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쿠미코 (조제)는 말했다. 나는 그 소설이 당연하게도 프랑소와즈 사강의 처녀작이자 대표작인 '슬픔이여 안녕 (Bonjour tristesse)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던 어느날 한번쯤은 읽어보아야겠다 싶어서 책장에서 꺼내와 대출했는데, 한 20페이지쯤 지나자 비로소 여주인공이자 화자의 이름이 등장했다- "세실"이었다, "조제"가 아니라.
사강의 소설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슬픔이여 안녕'인데, 그것은 그녀가 19세 때 프랑스 수능시험 바칼로레아에서 떨어지고 소위 재수생활을 하면서 6주만에 써낸 작품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그녀의 소설은 읽지 못했지만 그런 얘기를 듣고는 무척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는데- 아마 경쟁심리까지는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나와 비교하게 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되는, 그런 식의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 후 한국에서는 귀여니의 소설이 나타났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 나는 어쩌면 프랑소와즈 사강도 프랑스의 귀여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그녀의 소설을 읽기가 저어되었다.
그렇지만 프랑소와즈 사강은 적어도 귀여니보다는 격이 높은 작가라는 생각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다. 심리 묘사에 있어서도 그렇고, 상투적일 수 있는 소재를 택했으되 은밀하며 친근한 독백으로 그 상투성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확실히 어린 나이에 가질 법한 겉멋을 향한 동경이 부분부분 스며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실과 아버지는 결국, 자신들의 본래 일상사로 돌아가지만 그 해 여름의 사건은 세실에게는 스스로를 되돌이켜보게 만들고, 그 시절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일종의 성장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욕망이란 것을 다루는 데 훨씬 익숙한 어린 소녀가, 감정을 다루는 데 능숙한 한 여인을 동경하면서도 갑갑하게 느끼며 부딪히게 되는 이야기이고, 여름 휴가에서의 몇몇 남녀들의 욕망의 얼개가 이리저리 얽혀 있는 그런 이야기다. 수많은 욕망 사이의 한 사랑과, 그 사랑이 욕망들 사이에서 침몰해 가는 그런 이야기다. 그리고 남는 것은 새로운 시시콜콜한 욕망들, 그리고 슬픔(tristesse).
슬픔이여 안녕이란 제목은 한국어로 쓰였을 때는 goodbye의 느낌 같았지만 프랑스어로 보면 슬픔을 반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Bonjour가 goodbye의 의미도 있던가? 불어1 시간에 배웠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안느에 대해 생기는 미적지근한 찜찜함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가 요가를 하러 갔는데, 요가가 끝날 즈음 떠올랐다. 내가 세실만큼 안느를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사랑/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욕망을 표현하는 것은 고상하고 빈틈없이 행동하려는 그녀가 자제하고 싶은 영역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린데, 욕망에 솔직하라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 욕망을 타인에게 표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세실과 그녀의 아버지의 삶이 방탕하고 무계획적이고 생각이 없는 것이라 비판받을지라도, 나는 세실이 부러웠다, 아버지와 같이 놀고, 사랑의 모험담을 공유하며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어쨌든 조제가 나오는 소설이 무엇인지 찾아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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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6/04 22:49 | reading room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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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슬픔아"라고 말하는 듯한, 이런 느낌이었죠.
우리나라에서는 "슬픔이여 안녕"이
이제 슬픔을 떠나보내는 듯한 의미로 종종 쓰이지만
(동명의 드라마도 있었죠)
원래 원작의 의미는 문득 찾아온 슬픔에게 하는 인사입니다.
조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강의 글은
『한 달 후 일 년 후』(1957)
『신기한 구름』(1961, 희곡)
이 두 작품입니다.
둘 다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고
"사강 전집"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고 하는 군요.
그럼 이 책 번역할 때 '안녕 슬픔아'라고 했으면 더 느낌이 쉽게 왔을지도 모르겠네요 'ㅅ'
영화 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 기회되면 찾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