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넬로피는 '자기애'에 관한 영화다. 못생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가 (혹은 스스로 사랑하지 못해 못나 보이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개개인마다 전혀 다른 문제다. 아름답게 생긴 사람을 보면 그런 고민이 덜할 것이라 생각되어 모두들 그를 부러워하고 있지만, 나는 가끔 스스로를 너무 쉽게 사랑하는 것이 스스로의 결점을 간과하게끔 하고, 인간의 다른 자질에 대한 인지력이 떨어지는 요인이 되지 않나 하는 의심을 하곤 한다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해 의심을 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어쨌든 외모지상주의가 못마땅한 나로서도- 과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는지를 반성하게 하는 영화였다.
외모에 대한 고민은 애정결핍의 문제와 쉽게 연관되는 것 같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의 문제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이 두려움이 허상일 뿐이야, 하고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실제로 조지 엘리엇은 알려진 수많은 매력에도 불구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남자에게 차인 후 평생 혼자 살았고, 그 밖에도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이상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남녀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들 있다. (그건 취향의 문제일 뿐이니 그에 대해 무어라 할 권리는 없다- 그럼에도 외모에 대한 자괴감을 양산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서로서로에게.) 타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의 외모에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의 좌절감은 누구에게나 타격을 입히지만, 세상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을 것인지, 세태에 합류하여 자신의 외모를 사회적 기준에 맞출 것인지, 아니면 그런 좌절을 극복하고 성숙해질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페넬로피가 보여주는 정신적 건강함은 신선한 것이었다.
외모란 것은, 기껏해야 사람에 대한 "추정"을 가능하게 할 뿐이다. 인간관계가 짧고 다양하며 다소 피상적인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추정'만으로 사람에 대한 인상이 결정되기 쉽기 때문에, 외모가 더욱 강조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그 추정을 엎어버리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더욱 꼼꼼하고 빈틈없이 스스로를 가꾼 사람일수록 병적으로 자신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고, 아름다움과 정신적 건강이 서로를 배반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모르겠다- 난 그저 외모가 아름다워야 타인에게서 사랑받는다는 가설 내지 명제에 저항하고 싶은 것이다. 이 영화는 귀엽고 가볍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돼지코도, 끝에 가서는 없는 것이 섭섭할 정도로 귀엽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화였다. 인생의 영화로 꼽을 만큼 끌리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일종의 환타지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하고, 사랑까지도 가능하다는 환타지. (어제 B언니와의 대화를 통해 나의 특이한 남자 취향은 "intellectually stimulating"이란 항목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새로이 깨달았으나, 실은 앞의 "지적인(intellectual)"은 빼 버려도 무방하다, 대화함으로써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줄 수만 있다면.)



제임스 맥어보이는 <비커밍 제인>에서는 그저 잘생긴 배우였고, 별다른 인상이 없었다. 거기에서는 그냥 자신의 초록빛 파란 눈을 깜박이면서 여자를 꼬셨던 것만 같다. 그런데 <페넬로피>를 보면, '난 너를 잘 알아'하는, 아주 잠깐이지만 미묘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표정이 있다. 이른바 여자를 많이 꼬셔본 남자의 표정. 맥어보이 씨 연기력이 많이 느셨군요.
<비커밍 제인> 제작 영상에서 앤 해서웨이는 자신이 제임스 맥어보이를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면서, 그 때는 '아, 잘생긴 스코틀랜드 청년이군'이라고밖에 여기지 않았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보니 대단한 사람이 되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내가 본 영화 중에서는 <Last King of Scotland>를 제외하면 다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역할로 나오는지라 (심지어 <Last King of Scotland>에서도 잠깐 여자를 꼬신다) 그런 건 좀 아쉽다. 다양한 성향의 인간을 연기해 보면 좋을 텐데. 곧 개봉할 <원티드>에서는 아버지가 킬러인 걸 몰랐던 평범한 청년으로 나오니 그 영화에서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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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6/07 22:22 | review room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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