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_ 기형도님의 말


 가끔씩 어떤 '순간들'을 만난다. 그 '순간들'은 아주 낯선 것들이고 그 '낯섦'은 아주 익숙한 것들이다. 그것들은 대개 어떤 흐름의 불연속선들이 접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어느 방향으로 튕겨나갈지 모르는, 불안과 가능성의 세계가 그때 뛰어들어온다. 그 '순간들'은 위험하고 동시에 위대하다. 위험하기 때문에 감각들의 심판을 받으며 위대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겐쉬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내 책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에 씌어진 부분과 씌어지지 않은 부분이 그것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 두번째 부분이다......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며 이러한 불행한 쾌락들이 끊임없이 시를 괴롭힌다.


- [어느 푸른 저녁]의 시작 메모, 문학사상, 198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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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는 메모. 그런 느낌을 이미 오래전에 포착한 사람이 있었구나.

비트겐쉬타인의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어디에 나오는 말일까? 책에 써 있는지, 아니면 실제로 말한 것인지...... 인용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by Josée | 2008/08/18 09:59 | reading room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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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조옇놔 at 2008/09/07 14:19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음악, 문학, 미술 혹은 여타 예술의 다양한 형태를 오감으로써 접할 때

분명히 수만가지의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분명히 그것의 반도 제대로 표출해내지 못하는 까닭은

그 경험의 주체가 가지는 표현력의 부족도 물론 고려해볼만 하겠으나

더욱 본질적으로 언어화가 버거운 대상(abstract idea)에

조악한 옷입힘을 하여 굳이 조형물(concrete image)의 형태를 만들겠다는

부질없는 노력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 때문인 것.

나아가, 혹자가 기술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자신이 느낀 감정, 생각들을 잘 이끌어내어 전시해놓는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제3의 시각에서 바라보자면

한 번 더 추가적인 인지작용(왜곡과 오해가 수반되는-비록 부정적인 것은 아닐지언정)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라고 나는 생각하오니만.


순수한 의사전달은 마른 늪에서 고기를 낚는 것 만큼이나 고행이겠지멩.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도

끊이없이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나도 참 거울로 보면 왼손잡이라 악수를 받을 줄을 모르오.
Commented by 조옇놔 at 2008/09/07 14:19
아 근데 zaki ibrahim은 잘 받았나여
Commented by Josée at 2008/09/07 20:02
아 그럼 잘 받았습지. ㅋㅋ 항상 고마운 마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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