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에도 미국에 대한 외부의 비판이 어떠한 데서 오는지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잡아낸 점이 좋았고, 조직이 교란되어서 일이 어그러지는 모습도 날카롭게 표현해서 마음에 들었다. 여담이지만 <배트맨 비긴스>에서 죠커의 무서움은 그의 다이너마이트보다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을 붕괴시킬 수 있는 그 능력에 있다고 생각했다. 조직이 커질 수록 그 비효율과 사람들 사이의 간극은 커진다. 그런데 조직이 클수록 분업화가 잘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담당자를 빼돌려서 조직 전체를 마비시키는 건 더욱 쉬워진다. 이 영화에서도 '미국 대통령 암살'이라는, 현실화되기 엄청나게 어려운 일도 그런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진행이 된다. <배트맨 비긴스>와 <밴티지 포인트>에서 지적하는 이 점은, 사회적으로 꽤나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 밖에도, 기억하고 싶은 점이 있었다면 (스포일러가 있을 거에요 아마)
나는 방송국 사람들이 미국 본토에 있으면서 스페인 파견단과 정보를 교환하는 줄로 알았다. 그래서 처음에 나오는 Angie라고 불리는 기자가 폭탄에 맞아 쓰러져 있을 때, 방송국에 있던 여자가 울면서 카메라를 끄라고 하는게,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런 줄로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은 고작 광장 밖에 있는 중계차 안에 있었던 것. 아무도- Angie가 설사 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중계차 밖으로 나가서 그녀를 살피지도 않고 카메라 화면만 꺼 버렸다. 세상에 그 비정함이란.
재미있었던 것은, 대통령을 죽이려는 아랍 사람들이 목적 달성에 걸림돌이 되는 인간들은 서슴없이 이용하고 죽였으면서 막상 도로 한복판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서 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차로 치어서는 안 된다는 일념하에 핸들을 꺾었다는 점이다. 하긴, 이 부분을 달리 해서 그냥 무정하게 아이를 치고 지나갔더라면 이 영화는 관점의 측면에서 보다 무뎌졌을 것이다. 그들의 휴머니티라고 하면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 암살'이 그들에게는 정의로운 일이었을 테니, 그들의 관점과 사태 해석도 유효하게 존재한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시간을 두고 펼쳐지는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는 편집 방식이 매우 좋았다. 진실이란 게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현실이란 게 얼마나 3인칭 소설과 유사한 것인지 (인물들 중 모든 사태를 아울러 파악할 수 있는 자가 없다는 점에서)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 이 영화의 매력점이다.
괜찮은 영화를 봤을 때의 만족감이 발 끝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이젠 그만 까불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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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9/13 02:07 | review room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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